해결사례

SOLUTION CASE

법무법인 수림
해결사례

부정한 행위와 악의적 유기, 이혼 사유가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2025-03-27

누구나 결혼을 할 때는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감정이 달라지고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혼을 하려면 단지 감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여섯 가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정한 행위’와 ‘악의적인 유기’입니다. 먼저, 부정한 행위는 단순히 '간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한 행위를 "배우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부부의 정조 의무를 저버린 모든 행위"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즉, 신체적인 관계가 없어도 정서적인 외도, 애정이 담긴 메시지 주고받기, 장기간 이성과의 부적절한 교류 등도 경우에 따라 부정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1992년 대법원 판례(92므68)에서는 성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정조 의무를 저버렸다면 이혼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의심이나 불륜 추정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그리고 부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최대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둘째, 이미 그 사실을 알고도 용서했거나 묵인했다면 다시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너무 오래 지난 일이거나 이미 용서하고 넘어간 일"이라면 법원은 그것을 이혼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악의적인 유기’ 역시 대표적인 이혼 사유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별거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지만, 부부가 서로 동거하고 부양하며 협조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버린 경우에는 악의적 유기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직장 문제도 아닌데 별다른 설명 없이 집을 나가 수개월 이상 연락조차 없이 지낸 경우, 또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일절 주지 않고 방치한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부부공동체를 파괴한 행위로 보고 이혼을 인정해 왔습니다.


1985년, 1990년 등 여러 판례에서도 배우자가 계속해서 가정을 등한시하거나 병간호 등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우 악의적 유기로 본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모든 별거가 악의적 유기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합의에 의한 별거,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피신 같은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혼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일방의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의무 포기’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이처럼 부정한 행위나 악의적 유기는 단순한 부부 간의 다툼을 넘어서 혼인의 본질을 깨뜨리는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단순히 감정이나 정황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황과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입증을 바탕으로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혼은 단지 마음이 식었다는 이유로 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관계의 회복 가능성이 없을 만큼 파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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