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7
40대 중반의 부부였던 A씨(여)와 B씨(남)는 몇 년 전부터 육아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로 자주 갈등을 겪어 왔다. 두 사람은 긴 시간 함께 살며 때로는 대출을 통해 가정경제를 운영했고, 실제로 A씨가 혼인 중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를 B씨가 갚아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B씨가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A씨가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고,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A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와 재산분할, 자녀의 양육비 등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B씨 역시 반소를 제기하며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을 함께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이혼을 원하고 있었고, 이미 별거가 장기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법원은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양측의 청구를 동일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A씨의 청구는 인정된 반면, B씨의 반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따졌을 때, A씨에게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외도를 비롯한 B씨의 행동이 혼인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유책배우자'로 인정된 셈이다. 위자료는 두 사람의 나이, 혼인 기간, 갈등의 경위, 각자의 책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B씨가 A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재산분할에 있어서는 큰 쟁점 없이 양측의 기여도를 5:5로 보고 동등한 비율로 나눠 갖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으며, 자녀의 양육자는 A씨로 지정되었고 B씨는 자녀 1인당 매달 100만 원씩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판결되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A씨가 주장한 채무 일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었다. A씨는 자신이 현재 부담하고 있는 대출금 약 700만 원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대출이 본 사건 소송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변호사 비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즉, 소송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개인적 지출이기 때문에 혼인생활과 무관한 채무로 보고 재산분할의 대상에서는 제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해서 양측의 이혼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외도나 신뢰 훼손과 같은 주된 원인이 특정 배우자에게 있을 경우, 법원은 이를 면밀히 따져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배척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혼소송 중 발생한 개인적인 지출이 무조건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